돌이킬 수 없었다 - 허수경 언젠가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었다치욕스럽다, 할 것 까지는 아니었으나쉽게 잊힐 일도 아니었다 흐느끼면서혼자 떠나 버린 나의 가방은돌아오지 않았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니었는데머리칼은 젖어서감기가 든 영혼은 자주 콜록거렸다 누런 아이를 손마디에 달고 흔들거리던 은행나무가 물었다, 나, 때문인가요?첼로의 아픈 손가락을 쓸어주던 바람이 물었다, 나, 때문인가요?무대 뒤편에서 조용히 의상을 갈아입던 중년 가수가 물었다, 나, 때문인가요? 누구 때문도 아니었다말 못 할 일이었으므로고개를 흔들며 그들을 보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터미널로 나가돌아오지 않는 가방을 기다렸다 술냄새가 나는 오래된 날씨를 누군가매일매일 택배로 보내왔다 마침내 터미널에서불가능과 비슷한 온도를 가진우동 국물을 넘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