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ation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

iamsera 2017. 2. 13. 19:39



나는 매일 침대에 누워 하루종일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오기를 기다려. 전화벨이 울리기를 기다리며 집안 곳곳을 걷다가, 시간이 지나면 발가락으로 걷다가, 발꿈치로 걷다가, 바닥에 닿지도 않는 발의 중심으로 걸어보려 하다가, 한참을 그러다가, 전화기가 있는 쪽으로 가서 수화기를 귀에 대보고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혹시 먼지가 많이 쌓여 고장이라도 난 걸까 싶어서 베개의 한 귀퉁이를 찢어, 그것으로 수화기에 묻은 먼지를 닦다가, 이것만으로 안 되겠다 싶어 면봉에 세제를 묻혀서 꼼꼼히 닦다가, 말하는 곳 듣는 곳에 뚫린 구멍들도 하나하나 집요하게 닦아내다가, 문득 전화기에 달린 전선을 눈으로 쭉 따라가보고서야 플러그가 뽑혀 있다는 걸 깨닫고, 뽑힌 플러그를 이 분 정도 내려다보고는, 다시 침대로 가서, 귀퉁이가 찢어진 베개에 머리를 기대고, 어린아이처럼 몸을 웅크리고 울고는, 다음날이면 또다시 전화가 오기를 기다려.

남발한 쉼표 때문이었을까. 마치 숨을 헐떡이며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었다. 적당한 주위와 관심 같은 건 적용하기 힘든, 간절한 내용이었다. 쪽지에서 옅은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남사장은 다시 쪽지를 품안에 넣으며 말했다. 

내가 죽인 거나 다름없어. 녀석이 음식을 가져왔을 때 문을 열고 얼굴을 마주했다면, 아니 짧은 답장만이라도 남겼더라면 녀석은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 삼 년이야. 무려 삼 년 동안 나에게 신호를 보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