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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멜론 슈가에서> 일부

iamsera 2017. 8. 23. 18:55


p.92


무덤들


 오두막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사람들이 새 무덤을 집어넣고 있는 강으로 내려가, 무덤을 집어넣을 때면 언제나 굉장한 호기심을 갖고 몰려드는 송어들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시내를 지나쳐갔다. 거리에 몇 사람 있을 뿐 시내는 조용했다. 나는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에드워즈 박사를 보았다. 나는 그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그는 답례로 손을 흔들었고, 아주 급한 일로 가는 중이라는 몸짓을 해 보였다. 아마도 시내의 누군가가 아픈 모양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늙은 사람 두 명이 호텔 앞 현관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들 중 하나는 몸을 흔들거리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잠들어 있었다. 잠든 사람의 무릎에는 신문이 놓여져 있었다. 

 빵집에서 빵 굽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잡화점 앞에는 두 마리의 말이 매어져 있었다. 나는 그중 하나가 아이디아뜨에서 온 말이라는 걸 알아보았다.

 나는 시내에서 빠져나와 작은 워터멜론 밭 가장자리에 늘어선 몇 개의 나무들을 지나쳤다. 나무에는 이끼가 늘어져 있었다.

 다람쥐 한 마리가 한 나무의 나뭇가지 속으로 올라갔다. 꼬리가 없었다. 나는 그 다람쥐의 꼬리가 어떻게 된 걸까 생각했다. 그 다람쥐는 어디에선가 자기 꼬리를 잃어버렸을 것이다.

 나는 강가의 긴 의자에 앉았다. 긴 의자 곁에는 풀꽃 동상 하나가 있었다. 그 풀잎들은 구리로 만들어졌는데, 오랜 세월 동안 내린 빗물의 무게에 의해 자연스런 풀잎 빛깔로 변해 있었다.

 무덤을 집어넣고 있는 네댓 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무덤조였다. 무덤이 강바닥 속으로 들여보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죽은 사람을 그렇게 묻는다. 물론 호랑이들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무덤을 훨씬 더 적게 이용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죽은 사람들을 전부 유리관에 넣어 강바닥 여기저기에 묻고 그 무덤 안에 도깨비불을 넣어둔다. 그 도깨비불이 밤에 빛을 내고 그리하여 우리가 그 다음에 나타나는 것들을 즐길 수 있도록.

 나는 무덤이 넣어지는 것을 보려고 한 무리의 송어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들은 멋있는 무지개 송어들이었다. 강 속의 아주 작은 공간에 아마도 100마리쯤의 송어들이 모여 있었다. 송어들은 이 일에 굉장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많은 송어들이 그걸 보려고 모여든 것이다.

 무덤조 사람들은 벌써 수직통로를 집어넣었고, 펌프가 떼내어지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유리를 박아 넣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제 곧 무덤이 완성되고, 필요할 때면 그 문이 열려지고, 누군가 그 안으로 들어가 거기서 몇 세기를 지낼 것이다.



p.130


잊혀진 작품들의 명인


 인보일이 들어와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를 보는 게 너무도 즐겁지 않았다. 그는 위스키 한 병을 갖고 있었다. 그의 코가 빨갰다.

 "맘에 드는 걸 발견했어?" 인보일이 말했다.

 "아뇨, 아직." 마가렛이 말했다.

 나는 인보일에게 더럽다는 눈길을 보냈지만, 그 눈길은 오리 등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그에게서 굴러 떨어져버렸다.

 "오늘 정말로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했지." 인보일이 말했다. "점심 먹으러 가기 직전에 말이야."

 점심!

 "그것들은 한 4분의 1마일쯤 들어간 곳에 있어. 내가 그곳을 보여줄 수 있지." 인보일이 말했다.

 내가 싫다고 말하기도 전에 마가렛이 좋다고 말했다. 그것이 즐겁진 않았지만, 그녀가 벌써 그러겠노라고 했고, 나는 인보일이 보는 앞에서 그녀와 소동을 벌이고 싶진 않았다. 그러면 그가 자기 일당에게 해줄 무슨 얘깃거리를 주게 되는 셈이고 그들 모두가 그 얘기에 웃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 기분도 영 안 좋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술주정뱅이를 따라 들어갔다. 그는 4분의 1마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엔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산더미 같은 곳으로 점점 더 높이 올라가는 그 거리는 1마일쯤 되는 것 같았다.

 "좋은 날씨야, 안 그래?" 아마도 깡통들인 것 같은 커다란 더미 곁에서 숨을 가다듬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인보일이 말했다.

 "정말 그래요." 인보일에게 미소 짓고 특별히 자기 마음에 드는 구름을 가리키면서, 마가렛이 말했다.

 그건 정말로 날 구역질나게 만들었다.

 얌전한  여자가 인보일에게 미소 짓다니. 나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엔 뭐를? 마침내 우리는 인보일이 그토록 대단하다고 생각하여 우리를 '잊혀진 작품들' 안으로 그토록 멀리까지 데리고 와 보여주려고 했던 그 물건들 더미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정말 아름다워요." 마가렛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그 물건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그것들을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그런 물건들을 담으려고 가져온 바구니 안에.

 나는 그 물건들을 쳐다보았지만, 그것들은 아무것도 내게 보여주는 게 없었다. 진실을 말하라고 한다면, 그건 좀 흉해 보이는 것들이었다. 인보일은 꼭 자기 몸만한 어떤 잊혀진 물건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