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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 최승자

iamsera 2017. 8. 23. 17:40


자화상


- 최승자




나는 아무의 제자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못 된다.

잡초나 늪 속에서 나쁜 꿈을 꾸는

어둠의 자손, 암시에 걸린 육신.


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풀섶에서 일어난 어느 아침부터

긴 몸뚱아리의 슬픔이예요.


밝은 거리에서 아이들은

새처럼 지저귀며

꽃처럼 피어나며

햇빛 속에 저 눈부신 天性의 사람들

저이들이 마시는 순순한 술은

갈라진 이 혀끝에는 맞지 않는구나.

잡초나 늪 속에 온 몸을 사려감고

내 슬픔의 毒이 전신에 발효하길 기다릴 뿐


뱃속의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구하듯

하늘 향해 몰래몰래 울면서

나는 태양에서의 사악한 꿈을 꾸고 있다.






출처: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시인선16, 1981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시인선 16) 지식인의 서재 추천도서
최승자(시인) 저 | 문학과지성사 | 1981.09.01
별점
8.53 | 네티즌리뷰 100건 | 도서구매  8,000원 → 7,200원(-10%)
소개  등단작으로 처녀 시집의 제목을 삼은 <이 시대의 사랑>에서 시인 최승자는 정통적인 수법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뜨거운 비극적 정열을 뿜어 올리면서 이 시대가 부숴뜨려온 삶의 의미와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연관도서 총서(문학과 지성 시인선)



2010년의 인터뷰, 너무 안타까웠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1/22/2010112200189.html

작년에 새로운 시집을 내시고, 2017년 5월 제 27회 편운문학상 공동수상자로 나오신 것을 보니 조금이나마 호전되신 듯 하여 마음이 낫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18&aid=0003797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