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ation

몇 페이지

iamsera 2017. 4. 21. 12:08


마음이 증발해 봄 안개가 될 것 같은 날이구나.

_데라다 도라히코, 도토리



어리석은 청춘을 보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래도 그때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_로런 그로프, 운명과 분노



술에 적당히 취했음에도 유난히 잠자리에 들기 싫을 때가 있다.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누군가가 마음속에 가득하거나, 혹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거나.

_오휘명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_허은실, 나는 잠깐 설웁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_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어떤 무드에서 제 글을 읽고 계십니까 이곳의 공기는 너무 탁해서 나는 그쪽이 내 글을 읽고 있지 않기를 바라는데 무용 감독의 해설을 듣지 않으면 우리는 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죠 혹은 그냥 예쁘다관 할까요 여성 무용수가 발을 쭉 뻗어서 순간 ㅏ의 모양이 보인 것 같은데 그것은 교성인가요 사랑을 묘사하는 춤인 걸까요 그저께의 글을 재즈를 들으며 썼는지 유행곡을 들으며 썼는지를 기억해낼 수 없습니다 어떤 기분으로 웃으시나요 나도 그 속내를 알고 싶은데 우리가 이별하고 싶을 땐 슬픈 노래를 들으면서 쓴 연애소설을 읽어드리면 되나요 그런 거라면 우리는 그저께쯤 이미 헤어졌나요 내가 ㅏ라는 활자를 한 번 입력하면 그쪽은 나의 슬픔을 보나요

_오휘명, 분위기



남색과 감청색, 파란색 사이엔 미묘한 차이가 있었겠지만, 나는 너로부터 그런 계통의 색이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들었었다. '청'의 나날들이었다, 입은 옷들이 푸르렀고 네 시선이 시원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언가를 청하면 기꺼이 응했고 그게 거북하지 않았다. 산뜻했다. 만월 같았던 사람, 온통 검푸르고 음울한 인생 가운데로 덩그러니 떠올라준 사람. 나는 크림색 또는 희끄무레한 색의 옷이 잘 어울리는 너를 보면서, 보름달 같던 너를 보면서, 영영 내 삶 가운데서 떠나지 말고 있어주길 바랐었다. 그렇지만 애초에 달이나 천체 같은 것들은 잡아둔다거나 할 수 없는 것. 만월은 삭월이, 곱던 얼굴은 새까만 뒷모습이 됐고, 그날로 내 세상은 완벽한 네이비가 됐다. 밤에도 감청색 기운이 없는 백야의 나라로 향하면 그대가 가까워질까, 나를 피해 그곳에 그대가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노르웨이에서 스웨덴으로, 그리고 남극으로. 가끔은 백야의 나라를 향해 야간비행을 하는 꿈을 꾼다. 하늘이 점점 희어지고 네가 마중을 나오는 꿈이었다.

_오휘명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 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_T. S. 엘리엇, 황무지



나는 늙어 간다...... 늙어 간다......

바짓자락을 접어 입을까 보다.


머리 뒤로 가르마를 탈까? 감히 복숭아를 먹어 볼까?

나는 하얀 플란넬 바지를 입고, 해변을 걸을 테다.

나는 인어들이 노래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지, 서로서로에게.


그들이 나에게 노래해 주리라곤 생각 안 해.

_T. S. 엘리엇, 프루프록의 사랑 노래



우리는 서로 너무도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서로 말이 없다. 우리는 서로 침묵을 지키며, 서로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미소를 보낸다.

_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라는 존재에게 오래도록 머무는 이는 드물었다 고풍스럽지 않고 어느 한구석은 반드시 모났으며 툭하면 담배꽁초나 침 같은 걸 맡곤 했던 존재 변변찮음이 천성이라 머무름이 익숙잖던 존재 가끔씩 제법 오래 머무는 이도 사랑스럽진 않았다 술기운과 슬픔이 반반인 채로 내게 기댔던 이들은 잠만 잘뿐 콘크리트빛의 마음을 듣는 이가 없었다 변변찮음이 천성이라 어두운 사연이 있는 이들만 잠시 머물렀던 존재 수천수만의 발이 물결쳤고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울고 우는 얼굴들이 있었고 감히 낭만을 꿈꿨다 채 양생되지 않은 회색 알맹이는 아직 부드러웠고 나는 순수한 슬픔만으로 다가올 이를 기다려왔다 그리고 어느 날, 당신이 울며 다가와 앉았다

_오휘명, 계단



사랑에 충실한 사람은 사랑의 사소한 면밖에 알지 못해.

사랑에 충실하지 않은 사람이라야 사랑의 비극이 무엇인지 아는 거라고.

_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이렇게 시작되어서 앞으로도 이 아이는 지독한 일들을 겪게 되겠지.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다.

거듭 상처를 받아가며 차츰 무심하고 침착한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_황정은,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아무도 아닌



그렇게 말하자 너는 웃었다.

나는 너의 얼굴을 뻔히 쳐다보게 되었다.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게 되었다.

_안태운, 동면



Every day I said to myself, "I must keep Love in my heart today else how shall I live through the day."

나는 매일 이렇게 되뇌었어. "오늘도 나는 마음속에 사랑을 간직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 낼 것인가."

_오스카 와일드,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



평화란 무엇인가?

평화는 내 딸이 자면서 땀을 흘릴 때 그 애 이마에다가 바람을 조금 불어주는 것이다.

_말런 제임스,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