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그렇게 고민 하는거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묵연, 다 바람 같은거야
밀려드는 그리움을
어찌할 수 없어
명치 끝이 아파 올 때면
가슴이 온통
그대로 가득 차
감당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고
보고 싶다는 생각에
온 몸이 눈물로 젖는다
/용혜원, 밀려드는 그리움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황인숙, 꿈
내 숨에는 여전히 꽃잎이 쏟아집니다.
/향돌, 황혼
염치가 없습니다
날짜는 가고 드릴 말씀 재처럼 삭아
모두 없어지기 전에 편지라도 씁니다
날마다 해가 뜨고 날짜는 가고
그날이 언젠지 만나질까요
그때도 여전히
안녕히 계십시오
/이향아
대신 나는 네가 뿌려놓은 가랑비에 몸이 흠뻑 젖었다
너의 은은한 눈빛에
너의 조용한 고개 끄덕임에
너의 단아한 미소에
내 몸과 영혼까지 다 젖고 말았다
너는 나를 피해갔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너에게 머물렀다
/이정하, 나의 사랑은 강렬했으나
보고 싶어. 정말로 만나면 아무 말도 못 할 테지만 그래도 보고 싶어.
/메모장
모두 다 제멋에 취해
우정이니 사랑이니 멋진 포장을 해도
때로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들
텅빈 가슴에 생채기가 찢어지도록 아프다.
/용혜원,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
나는 너한테만 서툴지, 다른 건 다 네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교활하고 능숙해.
그건 네가 안 봤으면 좋겠어.
/밀회
나는 늘 나에게 열중해 있었다. 늘 나 자신에게. 그리고 이제 마침내 한 번 인생의 한 토막을 살아보기를, 나에게서 나온 무엇인가를 세계 안에다 주기를, 세계와 관계를 가지고 싸움을 벌이게 되기를 열렬히 갈망했다.
/헤르만 헤세
내가 서툴고 불안해 보였나요. 그건 내가 진심이었단 증거입니다. 소중하지 않았다면 왜 그토록 마음을 기울였겠어요. 망설이고 비틀거리고 안절부절 못하면서.
/황경신, 밤 열한 시
자다가 눈을 떴어
방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 거야
어쩌면 좋지
/윤보영, 어쩌면 좋지
이 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 줄 거지?
/나태주, 꽃그늘
"상처, 있는건지 없는건지 이제 잘 모르겠어.
있다고 한들 뭐 큰일 아니잖아.
이대로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사는거니 이게?"
"죽진 않았잖아."
/국화꽃향기
그리움 안고 지내기로 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그대가 많이 변했다니
세월 따라 변하는 건 탓할 건 못되지만
예전의 그대가 아닌 그 낭패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멀리서만 멀리서만 그대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이정하, 멀리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