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최승자
나는 아무의 제자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못 된다.
잡초나 늪 속에서 나쁜 꿈을 꾸는
어둠의 자손, 암시에 걸린 육신.
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풀섶에서 일어난 어느 아침부터
긴 몸뚱아리의 슬픔이예요.
밝은 거리에서 아이들은
새처럼 지저귀며
꽃처럼 피어나며
햇빛 속에 저 눈부신 天性의 사람들
저이들이 마시는 순순한 술은
갈라진 이 혀끝에는 맞지 않는구나.
잡초나 늪 속에 온 몸을 사려감고
내 슬픔의 毒이 전신에 발효하길 기다릴 뿐
뱃속의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구하듯
하늘 향해 몰래몰래 울면서
나는 태양에서의 사악한 꿈을 꾸고 있다.
출처: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시인선16, 1981
2010년의 인터뷰, 너무 안타까웠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1/22/2010112200189.html
작년에 새로운 시집을 내시고, 2017년 5월 제 27회 편운문학상 공동수상자로 나오신 것을 보니 조금이나마 호전되신 듯 하여 마음이 낫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18&aid=0003797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