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늘

the wrong place.

iamsera 2017. 9. 7. 11:04


가을이 왔나보다. 나는 악착같이 반바지에 긴팔을 입는다.

사람들이랑 있다가도 갑작스레 생각에 잠긴다.

그곳에 있다는 것을 잊은 것처럼.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나를 관망한다.



어젠 부모님과 동생의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다들 일을 끝마치고 학교 수업을 받고 온 터였다.

엄마가 말했다.

넌 누나 잘 만나서 얼마나 좋아. 우리 딸 안 낳았으면 어떡할 뻔했어.


며칠 전 본 영화 <라우더 댄 밤즈>의 한 대사가 기억났다.

Again you get the feeling that you're in the wrong place. 

It's not that they don't want you there. 

But... they don't really need you.

다시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만 같다. 

날 원치 않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이자벨은 결국 죽는다.

일상 속에서의 간극들이 쌓이고 쌓여서. 다시 돌아온 집이 있을 곳이 아닌 것만 같아서.

사랑과 필요. 비슷한 맥락인 줄 알았는데 이 영화를 통해 확연하게 분리되는 개념이란 걸 알았다.


이런 상황이 많아졌다. 기시감이 자주 들고 나는 온통 멍해진다.

이대로 괜찮은 건지 생각하다가도 그 생각조차 두려워 엉망진창인 몽타주로 도망친다.


그래서 나는 사랑받고 있는걸까, 필요받고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