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장은 이라고 네가 말했다. 나는 어느샌가 울고 있었고 너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당장은 뭘 어쩌자는 거 아니야 라고 너는 한숨처럼 말했다. 나의 눈물 때문에 네가 한 발 빼준 것일 터였다. 옷소매를 당겨 눈을 벅벅 닦아댔다. 구질구질하게 이러지 말자. 나는 사랑을 원했지 동정을 원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 날 하루종일 통 집중을 하지 못 했다. 믹스커피 봉지를 뜯어 찬물에 붓고 침대 모서리에 정강이를 박는 등 내 마음처럼 소란스러운 일들이 자꾸 일어났다. 너는 내 곁에 없었지만 나를 쥐고 흔들고 있었다.
2
널 낳은 걸 후회해. 낳지 말았다면 좋았을 걸. 너도 나 같은 엄마한테 태어나서 죽도록 싫지? 내가 네 엄마라니. 너처럼 큰 자식이 있다고 하면 다들 날 이상하게 봐. 그러면 대체 몇 살에 낳았느냐고, 그런단 말야.
하지만 맨 정신에는 그럴 용기가 없어서 꼭 술을 마신 뒤에 어린 나를 붙들고 말했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른 채로 내 기분과 감정을 망치고 상처를 주고 싶어 했다. 어릴 때는 울었고 좀 자랐을 때는 그럼 왜 낳았느냐고 화를 냈는데 그쯤 되니 아무 느낌도 없었다. 대체 왜 이럴까? 이런다고 나아지는 것도 없는데. 드라마틱한 불행 속에서 주인공이라도 되고 싶은 걸까. 나를 관객 취급하고 자기만 무대 위에서.
엄마의 지루한 술주정을 받아주며 나는 흘러나오는 음악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래야 시간이 빨리 흘렀다.
3
비에 취약한 인간이기 싫은데.
4
웹툰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걸어서 30분>이라는 작품 중 한 컷. 성은이를 가려주는 구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