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조금 위로가 필요하다, 그렇게 느끼더라도.
2
왜냐하면, 당신은 언젠가 반드시 나를 버릴 테니까.
내가 가장 약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돌이킬 수 없이 서늘하게 등을 돌릴 테니까.
그걸 나는 투명하게 알고 있으니까.
그걸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까.
_한강,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 흰
이미 inspiration에 올렸던 문장이지만 한번 더.
결국,
나는 내가 제일 싫어진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3
카드 탑처럼 와르르 무너질 삶.
4
적막이 녹아드는 햇빛 소리만
굴러다니는 빈 바람 소리만
실은 겨우내 말라붙은 꿈을 적시며
오늘 어질머리 푸는 비의 관능을
떠도는 발들의 아픔을
어둠 속 잇몸들의 덧없는 입맞춤 사이
밤새 홀로 사무치는 머리칼 사이
실은 고적한 곳으로 흘러가는 마음을
조금씩 서걱이며 부서지며
아직도 남아 있는 부드러운 뼈를
묻지는 말고 그대여
눈물처럼 애욕처럼
그대의 혀 끝으로 적셔 주려나
깊게, 절망보다 깊게
_최승자, 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