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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에 기대고 싶어지는 날, 혼자 늦은 저녁을 먹는다. 냉장고 문을 열고, 불빛 속에 손을 넣어 둥근 반찬통을 꺼내다 말고 저 불빛들, 다 길이다. 중얼거린다. 저녁이 산을 가만히 지우는 동안 나는 아무 소리 없이 밥을 먹었다. 불비에 기대면 그늘이 된다, 어둠이 된다. 여긴 마치 물속의 밤 같아서 애초 바닥 따윈 없는지도 몰라. 그래, 그런 시절이 있었지, 두려움 따위는 집어치웠던 시절, 몸에 긴 칼자국을 그리던 겨울, 깜빡거리던 불빛 같은 핏방울로 달빛조차 붉어 보이던 창문으로 달이 지난 지 오래. 아무것도 소곤거리지 않는 참으로 편안했던 불안. 불빛에 부풀려진 영혼은 밤새 공중을 떠다니고달빛이 얼음처럼 차가웠던 어느 날 붉고 둥그랗던 불빛을 기억한다.그 불빛들나무들의 손가락 사이에서 물방울처럼 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