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늘

08월 10일 : 도서관

iamsera 2016. 8. 10. 20:00


1

벌써 8월의 3분의 1이 지나가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수박을 먹으며 틀어놓은 선풍기

선풍기를 쐬며 멍 때리는 저녁 8시

저녁 8시에도 여전히 어슴푸레하게 밝은 창 밖

창 밖의 시끄러운 매미소리


여름을 보내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 여름이 영영 지속될 것만 같은데 말이다.



2

오늘은 도서관에 들러 책을 둘러보다가 오랜만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코너를 발견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는데 그런 나를 엄마는 책벌레라고 불러주며 아주 칭찬해주었다. 단지 좋아하는 걸 하는 것뿐인데 칭찬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신이 났고 갱지로 된 설문지의 취미 칸은 언제나 독서가 차지하곤 했다. 중학교 1학년, 학교 도서관이 나의 놀이터였고 방과 후면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향하곤 했다. 최인훈의 광장이나 펄 벅의 대지 등 좋은 소설을 많이 읽었지만, 내 친구들과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으며 -중요했다 그 땐 친구가 전부였으니까- 여린 소녀감성을 건드린 것은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같은 일본 여류 작가의 소설이었다. 당시 영화 <러브레터>를 보았고 나는 나의 후지이 이츠키를 기다리며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섭렵해 나갔다. 남은 건 도서관의 도서카드에 빼곡히 적힌 내 이름뿐이었지만. 워낙 유명하고 저명한 작가들이지만 이처럼 나에게는 도서카드와 같은 아련한 느낌으로 생각되는 작가들이다. 고등학교 1학년, 영화에 빠지기 전까지 나는 영화보다 책과 더 친했고 내 인생에서 소위 BOOK PERIOD를 보낸 셈이다.


여튼 그 이후로 약 10년이 흘렀고 그 동안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개정판이 나왔다.



(N.P : 1999년 - 2016년 / 키친 : 1999년 - 2009년)


키친은 개인적으로 소지하고 있었고 오늘 발견한 책은 N.P. 도서관 소파에 앉아 한 시간 동안 완독했는데 확실히 어렸을 때 읽었던 때와는 달랐다. 이전에는 스펀지처럼 소설 속의 삶들을 흡수했다면 지금은 연인이 나올 때의 감정선 같은 것들이 보다 세세하게 느껴졌다. 레즈비언이나 죽음 같은 소재들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나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대입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름이며 햇살이며 반짝거리는 단어들로 일상을 묘사한 것을 오랜만에 보니 좋았다.




3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 검색어. 위안부 합의. 


8·15 광복절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앞두고 열린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오늘(10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의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소녀상 앞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노동단체, 대학생 등 경찰 추산 2,3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1,243차 수요집회를 열고, 지난해 12월 28일에 체결된 한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 간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주도해 출범한 '화해·치유 재단'의 운영 중단도 촉구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90) 할머니는 "한국 정부는 왜 싫다는 일을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며 "일본과 속닥속닥 해서 합의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경찰은 집회 장소 주변 도로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돌발상황 등에 대비했으며 집회는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정대협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당일인 이달 14일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공연과 콘서트 형식의 '나비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위안부 기림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8월 14일 처음으로 피해 증언을 한 날을 기념하고자 지정된 날이다.



오늘로 1,243차 집회. 피해자 할머니들도 연세가 많으시고 이제 정말 시간이 촉박한데 아직도 제자리 걸음인 것 같아 안타깝고 마음이 좋지 않다. 잘잘못이 분명한 일에 진심을 담은 사과가 어째서 이토록 늦춰지는지... 정말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