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지
pg. 5 내면의 풍경이란 게 있다. 영혼의 지형이랄까. 우리는 평생토록 그 지형의 등고선을 찾아 헤맨다. 운이 좋아 그것을 찾는 이들은 물이 돌 위를 흐르듯 느긋하게 그 등고선 위를 올라 집에 이른다. 어떤 이는 태어나면서 그것을 발견하는가 하면, 바싹 말라붙은 채로 바닷가 고향마을을 떠나 사막에서 상쾌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강력하고 분주한 도시의 고독 속에서만 안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탐색이 아이나 어머니, 할아버지, 형, 연인, 남편, 아내, 혹은 원수 등 다른 이의 흔적을 찾는 일이다. 우리는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성공하거나 실패하며, 사랑받거나 사랑받지 못한 채 삶을 헤쳐 나간다. 뭔가 깨달아 온몸이 굳어버릴 듯한 충격을 느껴보지 못하고, 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