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느날 한 여자가 제게 걸어왔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밀어냈던 그 여자가 다시 제게 걸어왔습니다. 이 여자는 나와 참 많이 닮았습니다. 저는 꽤 자주 이 여자를 보며 나를 봅니다. 내 몸에 난 상처가 이 여자에게도 있습니다. 내 머릿속을 꽉 채운 눈물도 이 여자의 가슴 속에 똑같이 흐르고 있습니다. 내가 준 상처고, 내가 준 눈물 입니다. 이 여자를 만나는 게 아니였습니다. 이 여자를 나같은 놈의 인생 안에 들어오게 하는 게 아니였습니다. 후회합니다, 아버지. 살아 오며 처음으로 후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