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 11가장 신기한 일은 이 두 개의 세계가 서로 경계를 접하고 있으며, 그것이 아주 가까이에 겹쳐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집 하녀 리나는 저녁 때 기도 시간에 문간 옆방에 앉아, 씻은 두 손을 매끈하게 다린 앞치마 위에 놓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같이 부른다. 그때의 그녀는 완전히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시는 우리들의 밝고 옳은 세계에 속해 있었다. 그런 후 곧 나에게 부엌이나 마구간에서 머리없는 사나이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또는 푸줏간 옆의 작은 가게에서 이웃 여인네와 싸움을 할 때면, 그녀는 딴 사람이 되고, 다른 세계에 속하며 비밀에 휩싸이게 된다. 모든 것이 그러했으며 나 자신이 가장 그러했다. 확실히 나는 밝고 옳은 세계에 속해 있었고, 내 양친의 어린애였다. 그러나 내가 눈과 귀..